파주는 문향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조선시대의 훌륭한 유학자들이 이곳에서 자라고 연구하며 곳곳에 그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파주민의 정신세계를 윤택하게 하고 있다.

선현의 현실정치적 혜안이 그립다

율곡 이이는 당시 동인, 서인들이 서로 상대에 대해 소인이라 비하하면서 조정이 분란이 일자 양시양비설(兩是兩非說)을 제시 둘 다 옳고 둘 다 그르다고 설파했다.

다시 말하면 동인이나 서인이 어느 하나가 군자이고 다른 하나가 소인이 아니라 둘 다 그 안에 군자도 있고 소인도 있다며 비생산적인 논쟁을 마무리짓고 함께 조정에 나와 보다 막중한 국사와 민생 문제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또 당론 위주의 인사정책에 반대하고 당색에 구애되지 않은 인재를 등용 집권당을 견제할 수 있는 상대 세력이라도 필요하다면 영입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도록 모든 인재들의 지혜를 종합해 사용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보합 조제론(保合調劑論)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 등은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선생이 관직에 있으면서 실행했던 개혁론은 그 울림이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 같은 상황이 그 당시에도 있었는지 서로 의견 차이가 심각해 분붕(分崩)의 조짐을 보이던 때 율곡 선생은 더이상 비생산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의 현실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가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국회에서는 율곡 선생 당시의 조선처럼 서로가 목소리만 높이고 급기야 국민들도 둘로 쪼개어 서로의 주장만이 옳다며 광장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도대체 타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

조선시대 최대의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 선생은 또 어떠한가.

풍석 선생의 방대한 대역작<임원경제지>가 하나둘씩 번역되면서 부세제도 토지제도 등 당시 민생에 기반한 그의 정책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적절했는지 증명되고 있다.

율곡 선생과 함께 기호학파로 분류되는 우계 성혼 선생의 학문적 깊이는 낙향 후 파주의 파산서원을 비롯해 곳곳의 서원에서 후학을 위한 교육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파주를 문향의 고장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기라성같은 대학자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국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고 학문을 연구하며 인재를 육성했던 지역이 파주시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유교적 이상 사회를 꿈꾸었던 율곡 선생의 저서에서 지금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점과 똑같은 과제를 고민했던 선현의 지혜가 그대로 숨쉬고 있다.

유학이 단지 학문적 관념적 범주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실제생활에 적용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법제도가 실행되었다.

향약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교적인 예속이 보급되고 백성들이 토지에서 이탈하지 않고 공동체적 결속이 가능하게 되기도 했다.

극단적인 대립을 막기 위한 조정책은 우리 현실 정치에서도 너무나 아쉽지만 당시 율곡 선생은 일찌감치 이를 실행에 옮겼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만 지금같은 혼돈의 시대에 눈씻고 찾아 보아도 영웅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현재 우리 선조들의 치열했던 정신문화를 배우고 본받아 현실에 접목하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다.

파주학 - 파주 정체성 확립 계기 될 듯

우리 파주는 이같은 훌륭한 문화적 유산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십분발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제 파주시에서도 이러한 소중한 우리 조상의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현실에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파주학이 출범하려 하고 있다.

최종환 시장이 역사에 관심과 조예가 있어 우리 파주만의 소중한 가치를 연구하고 집대성하면서 우리의 정신적 유산으로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용역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향의 고장 파주의 뿌리를 찾아 좀 더 파주의 위상을 높이고 살려나가며 파주시민이 무형의 자산으로 자긍심과 함께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역사는 단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 속에는 우리 선조의 지혜와 숨결이 살아있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등대와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파주학의 태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파주시의 전통문화,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역학문인 안동학이 20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면 이제 우리 파주학도 그동안 내재된 문화적 기반을 토대로 출발은 늦더라도 더욱 융성하고 활발한 지역학으로서 부상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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