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교육제도는 '우수한 인력의 조기 발견'과 '직업교육을 통한 경제 인력의 확보'에 토대를 두고 있다. 만 6세부터 12년간의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의무교육은 일반교육에만 한정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정규학교 의무교육은 9년이지만, 졸업 후 정규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은 최소 3년간은 의무 직업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직업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도 없는 구조인 셈이다.

영국의 경우도 5~16세까지가 의무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이 입학하는 중학교의 대부분은 진학과 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들이다. 일부 우수 학생들만 대학 진학을 주목표로 하는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에 입학한다. 일반적으로는 직업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체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비진학자에 대한 편견도 생기지 않게 되고, 대학이 성공의 수단이 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이들 나라 외에도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이 이와 유사한 교육체계를 지니고 있어 비교적 높은 취업률과 안정적인 산업인력 확보, 적정 수준의 고급인력 유도 등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치에 이르고, 청년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무조건 대학 진학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에 더해 진학률이 높다 보니 고등교육은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졸 인력의 양산은 고학력 실업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일단은 대학을 나오고 번듯한 스펙과 학벌을 갖춰야 뒤지지 않고 산다는 겉치레 인식이 강해 대학 졸업 후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묻지마식 진학 열풍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도 유럽의 선진국들처럼 대학 진학자와 직업 교육자를 조기에 가려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취업의 길을 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마련과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경기인력개발원이 실시하고 있는 직업교육 입학생 현황을 보면 최근 전문대 이상 졸업자의 개발원 입학률은 55%를 넘어섰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학 졸업자의 낮은 취업률은 높은 실업률로 이어져, 사회적으로도 과다한 인적, 물적 소비를 거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을 경우, 처음부터 직업교육 등의 진로를 찾아나섰더라면 물적, 시간적 낭비 요인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걱정어린 시선으로 대면하게 되는 '대학진학률 68%', '청년실업률 10%'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산업 현장에서의 시각은 안타까움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직업교육 기관에서는 높은 취업률과 전액 국비 교육, 기숙사 및 식사 무료 제공 등을 내세워 해마다 신입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고졸 이하 신입생 모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대졸 미취업자의 U턴 현상으로 대졸자의 개발원 입학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학벌 중시 풍조에서 벗어나 실질적 수요 중심의 교육체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전환하여야 한다. 개인적, 사회적 비용과 고용 안전망이 안타깝게 누수되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위원 전성규 경기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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