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에서는 역전극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1976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말레이시아전에서 1-4로 뒤지고 있을 때 차범근 선수가 단 6분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역전극을 만든 기적적인 일은 유명한 일화로 종종 회자된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고 불과 경기종료 7분 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다. 이날의 환호와 감동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기만 하다.

우리가 잘 아는 피카소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명작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말년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을 추구했던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80이 넘은 나이에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한 괴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노익장의 표본이다. 반면에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는 얘기를 들어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되었음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젊어서는 사업이 흥성하여 큰돈을 벌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사업이 기울어 노년을 곤궁하게 보내는 이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 길흉화복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있듯이 이 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고 십분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고향 친구들이 운영하는 SNS에서 지금 오십대 후반인 우리 나이가 명퇴나 임금피크제 등 조직에서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정년의 시기에 있다고 하면서 남은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글을 한 친구가 올린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친구들이 성공이나 욕심은 내려놓고 건강을 잘 챙기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후반부를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겠냐는 답을 내놓는 걸 보았다.

직장에서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는 시점부터는 지나친 욕심이나 성공을 향한 열정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부족하지만 현실에 만족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에 동감했다. 특히나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오늘도 무사히'라는 평범한 일상으로만 살아도 꽤 괜찮은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보게 된다.

눈만 뜨면 예상치 못한 놀랄만한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세상은 빠른 속도감을 자랑이라도 하듯 파도를 치며 흘러가고 있다. 때문에 다사다난한 일상 속에 아무런 일 없이, 특별한 일 없이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게 된다. 좋은 일, 행복한 일, 즐거운 일은 둘째치고라도 불행한 일, 어려운 일, 힘든 일이라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저 평범한 일상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더해 아침에 눈을 떠 아름다운 꽃을 보고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여 자유로이 공원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크디큰 축복이 아닌가 하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주 갖게 되는 생각 중 하나다.

앞에서 인생 후반전에 대해 친구들이 내놓은 해답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그동안 경제활동이나 가족을 위해 또는 사회를 위해 평생 청춘을 바쳐왔다면, 남은 후반전만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후순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 하나 정도는 마음껏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인생 후반전에서 하지 않으면 꼭 후회할만한 것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골라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 보는 것도 후반전을 맞이하는데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여 본다.

(칼럼위원 / 전성규 경기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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