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이 확산되며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유래 없는 추가경정 예산안을 마련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해 역성장을 막고자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가 모두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5월부터 소비부진이 조금 완화되었다고 한다. 소비부진이 완화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에 소비향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개별적 소득보장이다. 무조건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사회보험과 구별되며,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소득과 재산 수준을 따져서 빈곤층에게만 지급하는 공공부조와 다르다. 마지막으로 가구단위가 아닌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개별적 소득보장이라는 점에서도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와 구별된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516년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도둑들에게 사형이라는 끔찍한 처벌을 가하는 대신에, 모든 사람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도둑을 억제하는데 효율적이다"라며 최소소득 보장 개념을 제시했다. 그 후 1796년 토마스 페인은 "지구는 인류의 공동자산이며, 땅의 가치를 소유한 개인은 그 땅에 대한 지대를 공동체에 지불해야 하고, 이 재원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일정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기본소득 개념을 천명했다. 1836년 샤를 푸리에는 「잘못된 산업」에서 "수렵, 어업, 채집, 방목과 같은 자연 채취권을 박탈당해 사람이 배고플 때 필요한 것을 찾아 취할 수 없게 되었다면, 사회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의무를 져야 하고, 토지를 빼앗아간 계급은 빼앗긴 계급에게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실제 운영사례가 있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알래스카에서 석유 채굴로 얻은 커다란 부를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매년 일정한 배당을 하고 있다. 이 배당은 처음에는 300달러 수준이었지만 2000년에는 2,000달러에 달한다.

오래 전부터 논의되었던 기본소득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사회구성원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실시되는 방법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전고용을 통해 구성원들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우리사회는 더 이상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용마저도 불안하다.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낮은 임금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경제체제에서는 소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체제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자본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은 제외하더라도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 다수가 소비할 수 있는 몫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저소득의 극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몫을 제공해서 소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서 기본소득의 효과를 경험했다.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다만, 아무 조건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소득보장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득이란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얻게 되는 것으로 본다. 조건없는 소득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아닐까?

(칼럼위원 임창주 서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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