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열린 현관문 33톤 쓰레기가 집안가득

운정3,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자원봉사자 등 청소에 땀범벅

운정로타리클럽 - 냉장고, 한울생약() - 소독티슈·물티슈

LH - 도배·장판, 공감트리 김영훈 대표 - 책상

작은씨앗큰나무교회 윤석민 목사 - 책장·가스렌지 각각 지원

TV 등에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아 온통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가끔 등장하는 프로를 보게 된다.

보는 사람들은 안타까워 하지만 그곳에 사는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못할 경우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저장 강박증은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의 손상이 그 원인으로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로 평가되고 있다.

파주의 모 임대아파트 한 가정에서 약 33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사무소에서 수차례 연락하고 찾아가도 열리지 않던 문이 3년만에 열린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래층에 사는 가정에 윗층 화장실쪽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고치려고 위층에 수차례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동사무소측이 찾아가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운정3두부 사려 똑똑똑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이상없이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방문하지 못했다.

지난 8월 주부봉사대장이 그 집을 도와줘야겠다는 연락을 받고 몇 차례나 방문했을 때도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운정3동 신계숙 맞춤형복지팀장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면서 가까스로 91일 현관문이 열렸다. 현관을 열자 쓰레기더미가 가슴팍까지 쌓여있는 등 온갖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고 냉장고도 이미 쓰레기로 꽉 차 있는데다 방이며 주방도 쓰레기더미가 되어있었다.

최수진(가명, 45)씨는 큰 아이가 2살이 되던 해(현재 중1)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연년생인 작은 아이(, 현재 초6)와 같이 살아야 했다. 그러나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살기가 막막해지자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우울증,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급기야 저장강박증까지 오고 말았다.

91일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자원봉사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 등 9명이 하루에 3개조 4시간씩 나누어 시간을 안배해 일주일간 청소를 시작, 몇 년 동안 적체된 쓰레기가 부패되어 치우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맞춤형복지팀에서는 희망근로자를 뽑을 때 처음부터 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 교육까지 시켜 쓰레기 치우는데 투입했다.

냉장고는 전기코드가 빠진 채 몇 년 째 썩어있는 음식물로 냄새가 진동하다보니 작업자들이 현기증을 느껴 작업을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110마대 300개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다. 냉장고, 책상 등 대형가구를 제외하고 쓰레기만 약 33톤이 나왔다.

희망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조영훈씨는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픈 분이라 생각하고 그런 상황이 닥치다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 자신을 생각하면 다행히 내가 아프지 않아 이 분을 도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도 직장을 잃고 힘든 시기에 이런 기회가 주어져 좋은 일에 참여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참여자인 한명희씨는 "믿기지 않았어요. 처음에 집에 들어갈 길이 없어 쓰레기를 밟고 올라갔습니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가슴이 찡했습니다"

한명희씨는 한 사람의 생명, 한 가족을 살린다고 그런 마음으로 쓰레기를 치웠다. 냄새가 진동하고 벌레가 나와 현기증이 나는데다 마스크까지 겹겹이 쓰다보니 덥고 굉장히 힘들었다는 한 씨는 아무리 희망 일자리사업이라 하더라도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못 했을 것 같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2017년부터 자원봉사를 해온 우승희 자원봉사자는 자격증까지 갖추고 있는 정리 수납 전문가이다. 우승희씨는 그동안 다양한 자원봉사를 해왔지만 파주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저도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꼭 청소를 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쓰레기라고 해서 다 같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그 분에게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기 때문에 버리는 순간까지 잘 보고 분리수거를 해야 합니다"

우승희씨는 그분이 아이들과 함께 다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권영세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도 "처음에는 어떻게 할까 답이 없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희망일자리 참여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내 일처럼 치워주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라며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신계숙 운정3동 맞춤형복지팀장은 "이번 쓰레기 청소에는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자원봉사자 모두 몸을 사리지 않고 땀이 범벅이 되어 일해주신데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수진씨도 파주시정신건강 복지센터와 연결해 치료를 잘 받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곳곳에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울생약() 한영돈 회장이 청소용 물티슈, 소독티슈를 지원, 청소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으며 도배와 장판은 LH에서 지원해주는가 하면, 책상은 예비사회적기업인 공감트리 김영훈 대표가 기증해주었다.

작은씨앗큰나무교회 윤성민 목사는 원목책상과 가스레인지를 기증했고, 운정로타리클럽 김덕례 회장 및 회원들이 냉장고를 지원해주었다.

몇 년 동안 밥도 못해주고 인스턴트로 생활해온 최수진씨는 교통사고도 두 번이나 겪는 등 심신이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져 계속 울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역사회의 훈훈한 이웃사랑으로 저장강박증 치료를 받고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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