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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접종, 인플루엔자 이야기

[2019-12-20 오전 9:32:00]
 
 
 

 

"…미국 최후의 전국적 천연두 집단 발병이 시작되었던 1898년, 어떤 사람들은 백인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뉴욕에서 천연두가 터지자, 시는 경찰관들을 보내어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이민자가 많이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 강제로 백신을 접종시키는 일을 거들게 했다. 그리고 켄터키주 미들즈브러에 천연두가 다다랐을 때, 시는 흑인 구역 거주자 중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머리에 총부리를 겨누어 접종시켰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머리에 총을 들이밀고, 강제로 예방접종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예방접종이 미심쩍던 시절. 그리고, 무언가가 병을 옮긴다는 미신의 시절. 올해는 독감(인플루엔자)이 조용히 넘어가는 듯하다. 많은 수가 예방접종을 한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고위험군이라 불리는 사람들, 65세 이상, 호흡기 질환 등 만성 질환자, 그리고 소아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3가 접종은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이제 3가와 4가 중 무엇을 맞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인과 소아를 대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모든 인플루엔자 접종이 4가로 교체된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3가 접종이 사라질 것이다. A형독감 2가지와 B형독감 2가지를 조합한 4가 접종이 이미 권장사항이다.  

 

예방접종도 없고, 치료제 타미플루도 없던 시절에 독감은 재앙이었다. 가장 유명한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를 강타하며 5,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1918년의 대재앙을 비껴가지 못했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약 740만 명이 감염되고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의 전체 인구가 1,700만 명이니 국민의 반이 걸린 듯. 독립운동으로 훈장도 받은, 세브란스 병원의 스코필드 박사는 한국의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여, 미국내과학회지에 게재한다(JAMA,72(14),981-5,April,1919). 스코필드 박사는 시베리아에서 남만주 철도를 통해 유럽에서 조선 북부에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1916년 완성되었다고 하니, 2년만 더 늦었다면 우리는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가끔 양계장에서 집단 폐사 원인이 ‘조류독감'이라는 뉴스가 있다. 조류에는 조류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고, 보통의 경우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겨 사람에게 넘어오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원래의 위치에서 넘쳐서 다른 종으로 넘어오는 현상을 '스필오버(spillover)’라고 한다. 넘쳐흘렀다는 뜻이다. 다른 종으로 넘어갔던 바이러스가 독성이 강화되어 원래 피해가 없던 자연 숙주에게 처참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보통의 조류들은 무사한테, 이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류 자체도 집단폐사 시키는 경우로 ‘스필백(spillback)’이라고 한다.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넘어오는 과정에는 ‘박쥐'가 의심받고 있다. 박쥐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조류인 새보다는 인간과 가깝다. 거기에다가 날개가 있어 새처럼 멀리 갈 수 있다. 동굴 속에 수만 마리 심지어 수백만 마리가 집단 생활하기도 하는데, 바이러스를 유지하고 보관하기에 딱 맞는 환경이다.

   

먹는 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의 공포를 많이 줄였다. 198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50명 정도의 벤처회사로 시작한 ‘길리어드’는 1996년 타미플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너무 작은 회사라 타미플루의 특허를 스위스의 거대 기업 ‘로슈’로 넘겼고 로얄티를 받았다는데, 이제는 두 회사의 덩치가 비슷해졌다. 최근에는 15분이면 인플루엔자 치료가 끝나는 주사제가 나왔다. 너무 쇠약해서 먹기 힘든 경우, 또는 빠른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기쁜 소식이다. 가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부작용은, 아마도 약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독감 자체의 합병증이라 생각된다.

   

인플루엔자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공포의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고위험군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독감 접종 잊지 말고, 걸리면 항바이러스제 두려워 말자. 올해는 이렇게 인플루엔자를 보내자. 또 다른 변종(?) 인플루엔자가 등장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어느 동굴 속, 어느 박쥐 몸속에 있는 그 바이러스가 제발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기를.

 

(칼럼위원 이근만 연세믿음내과 원장)

 

 

칼럼위원이근만(paju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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