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가에서는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한창 들떠있어야 할 대학들이 매우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있다. 대학 입시 지원율 하락, 대학 구조 조정을 위한 대학역량진단평가 등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존립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의 몇몇 대학이 폐교를 선언하거나 폐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심지어 수도권의 몇 개 대학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밑바닥에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절대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올해 신생아 출생이 역대 최저인 3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출생인구 감소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15년 4월 파주시는 여러 경쟁도시를 물리치고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당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파주시민들의 성원과 열망으로 한국폴리텍대학의 파주캠퍼스 유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시는 국방부로부터 미군이 운영하던 캠프에드워즈 부지 43,960㎡를 168억에 매입하여 노동부가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에 제공하고, 2년제 전문학사과정과 1년제 기능사과정을 운영하여 시민들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했다. 앞서 언급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으나 그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서 2019학년도 입시결과, 정원을 모두 채우기는 하였으나 추가로 입학 가능한 예비자원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인근 서영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1년제 직업훈련기관인 경기인력개발원도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추가모집을 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 취업에 있어서 관내 가장 큰 기업인 LG디스플레이는 몇 년째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있으며, 기존 생산인력뿐만 아니라 사무직도 명퇴 신청을 받고 있다. 또한 LG이노텍, LG화학, 그리고 시그네틱스와 ASE코리아도 신규인력을 거의 뽑지 않고 있다. 두원공대, 서영대, 그리고 경기인력개발원의 전체 취업률은 높지만 파주 관내에 취업하는 비율이 40%를 넘지 않는다. 인력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 경제가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가 갑자기 밀려들어오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한 이후 국내의 전(全) 산업 분야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를 맞고 있다.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는 파주 경제에 저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혁신이 있어야 파주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을 양성, 공급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 즉 연구중심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필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나 스타트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 등도 필요하다.

파주 관내에는 기술, 기능을 담당할 중견기술 인력의 공급은 충분하다. 직업훈련과정은 경기인력개발원과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산업기술교육센터가 무료로 운영되어 90% 이상 취업을 시키고 있으며, 2~3년제의 직업교육기관인 두원공대, 서영대가 중견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등록금도 정부 시책에 따라 약 70~80%의 학생들이 국가 장학금을 받고 있어 실질적으로 폴리텍대학의 등록금과도 크게 차이가 없다. 또한 지방정부가 토지를 매입하여 중앙정부에 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국폴리텍대학 본부에서도 자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신규로 설립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세금으로 지원해가며 폴리텍대학을 세워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에 많은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관내에 우수한 대학이 없어 멀리 서울이나 경기 남부, 또는 지방에 가는 것을 더 많이 염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시는 그 기능이 중복되는 폴리텍대학을 세우는데 세금을 쓸 것이 아니라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을 유치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4차 산업혁명 관련 대학 연구소 등을 유치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시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기관이나 시설을 만드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라 생각한다.

필자는 2015년 당시 폴리텍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파주 시민들이 보인 열정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망을 왜곡시키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시대적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경제 쓰나미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차분하고도 냉정한 현실 분석과 인식 바탕위에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칼럼위원 방효창 두원공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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