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15시~17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판문점 평화의집

우리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마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판문리.

옛 이름 판문리가 세계 역사와 뉴스의 초점이 된 하루였다.

1953년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이상 싸우지말고 전쟁을 그치기로 약속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천막 속에서 기나긴 정전회담이 열렸다. 드디어 전쟁이 터진지 3년1개월2일만인 1953년7월27일 정전협정은 조인이 되었다. 기나긴 전쟁의 총소리는 그쳤지만, 종전이 아닌 정전(停戰)이라는 어설픈 약속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우리나라 지도자인 이승만 대통령은 아무런 힘도 대책도 없으면서 북진통일만을 주장하다가 결국은 정전협정의 주인공으로 서명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여파로 종전선언을 하고자 할 때에도 남북이 아닌 북미가 해야 하는 신세로 우리 역사를 뒤틀어놓고 말았다.

그 정전협정을 조인한 곳이 판문점이요, 지금은 남북문제를 풀기 위한 회담 장소로 전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전쟁의 기운이 남아있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2019년 6월 30일.

오늘은 이곳 판문점에 전쟁의 기운이 아닌 평화의 기운이 감도는 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장소가 되었다.

G20 오사카회담이 끝나자마자, 곧장 달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면서 갑작스런 제안으로 판문점에 갈 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북에 알렸다.

국제회담을 제안하면서 불과 52시간 전에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을 한 셈이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친한 친구와의 약속도 52시간만의 약속으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나라와 나라의 정상이 만나는 일이다. 더구나 불과 20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적대관계에 있던 나라인데 이렇게 갑작스런 제안으로 두 정상이 만나게 된 것이다. 아니 두 나라가 아닌 3국의 정상이 함께 만나는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늘의 이 회담을 바라보면서 일부 극우주의자들인 태극기부대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제발 3국의 정상이 만나서 말로라도 종전선언을 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우리민족끼리 피를 흘려야 했던 한국전쟁은 무려 3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세계에서 가장 험한 전쟁이었다. 전쟁의 피해도 많았지만, 이제 새로이 독립한 신생국에서 3년여의 전쟁으로 전 국토를 쑥대밭을 만들고 말았으니, 비록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더라도 전쟁으로 황폐화 되어버린 국토와 산업시설 속에서 삶을 개척하기 위해 피땀을 흘려야 했다. 더구나 연이어 닥쳐온 가뭄과 홍수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흉년은 농업이 생명줄이던 국민들에게 배고픔과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했었다.

이런 속에서도 전쟁의 후유증은 마을 곳곳에 숨어있어 좌우의 대결로 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념으로 나뉘어 죽이고 죽는 상잔의 피를 흘려야만 했다.

제주 4.3 여순사건, 그리고 6.25로 이어지는 전쟁은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놓았고, 오늘날에도 촛불과 태극기로 대표되는 이념전쟁을 겪어야 하는 상황을 잉태한 것이다.

이러한 양 갈래의 전쟁아닌 전쟁을 겪고있는 우리 대한민국에 가장 심한 이념의 우두머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칭찬하고 서로를 믿는 친구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쩜 우리 국민들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아마도 나에게 최근 5년 중에서 가장 오랜시간 TV 앞에 앉아있게 만든 날이었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서 용산미군기지로 이동하여 헬리콥터로 판문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내내, 해설자들의 해설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반복하여 비춰주는 화면을 보면서 부푼 가슴을 안고 판문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체할 것이며 과연 어떤 회담이 열릴 것인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두 사람을 만나게 만든 중계인으로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여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때문이었다.

기다리던 우리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 그는 지난 4.27 때 문재인 대통령이 섰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김정은과 만나 악수를 나눈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로 북측으로 넘어가 약 10여m나 걸어가서 도로까지 갔다. 그곳에서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고 나서 다시 돌아와 경계선을 넘는 순간 잠시 기다려 촬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땅을 밟은 최초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어서 두 사람이 남쪽 T3 옆으로 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평화의집으로 안내했다.

'2분간만 만나 인사를 나누겠다'던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3영수가 모여 무려 50분 가까이나 회담은 계속되었고, 나와서 잠시 만나서 무얼 이야기했는지 기자들에게 브리핑까지 해주고나서 오늘의 영수회담은 끝을 내었다.

모두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에 평화의 바람을 몰아다줄 이야기가 되었음을 알리는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이제 우리 삼천리 강토에 또다시 피를 흘리는 전쟁이라는 인류의 재앙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2019년도 반토막이 마지막 사라지는 날. 6월 30일.

우리 국민에게 종전이라는 꿈과 평화라는 희망을 심어준 멋진 날이었음에 가슴이 뿌듯할 뿐이다.

이 평화무드를 품은 땅 파주에 평화, 통일이라는 우리민족의 염원을 싹틔운 축복의 땅이 되고 있음을 진심으로 반가워할 일이었다.

저작권자 © 파주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