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사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각박해진 우리 세태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상황을 보다 못한 그의 지인이 본지에 제보함으로써 드러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생 사망 후 논 갈아엎으며 재산권 행사에 나선 형

내용인즉슨 부모님 때부터 30년간 농사를 지어오던 논에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낸 미망인이 어렵게 모내기를 한 다음날 누군가가 갈아엎어 놓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더니 다음날 해당 논에 갈아엎은 당사자가 자기의 모를 심었다.

황당한 일을 겪은 미망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은 등을 돌리고 살던 남편의 형이 남편이 사망하자 바로 재산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시부모를 보살피며 빚을 얻어 농기계를 사서 농사를 짓던 동생이 지난해 병으로 사망,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채 남남처럼 살던 형이 곧바로 남편없이 홀로 농사를 짓던 제수의 논을 갈아엎고 다시 자기가 모를 심은 것이다.

현재 그의 범죄행위가 인정되어 기소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충분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한다한들 이미 관계 회복이 안될 정도로 상처를 받은 미망인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에 가슴이 미어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

모두 어렵게 살던 예전에는 비록 가난해도 동기간에 우애있고 화목하게 살아왔으나 개발이 진행되며 토지보상이 이루어져 수십억의 보상금이 오가는 개발지역에는 이처럼 갑작스런 재산으로 동기간에 형제간에 갈등과 반목이 생기며 등을 돌리고 사는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

그래서 명절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형제들이 고향을 찾았다가 싸움이 나고 심지어 앙심을 품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재산싸움에 등진 가족들

하기야 우리나라 재벌 2세들의 재산싸움은 흔한 사건으로 이로 인해 그룹이 쪼개지는 등 그 깊은 갈등과 반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로는 대를 이어 그 싸움이 지속되기도 한다.

최근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총수자리를 놓고 세 남매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조 회장 역시 형제의 난을 겪고 형제 그룹과 계열사를 나눠갖고 서로 등을 돌렸으나 대를 이어 가족간의 다툼이 예견되고 있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 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은 여전히 진리인 듯 돈 앞에서는 핏줄도 별반 효력이 없는 듯하다.

이미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들이 뭐가 아쉬어 볼썽사나운 골육 상쟁을 계속하는지 우리같은 서민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갑자기 신도시로 편입되면서 수십억의 졸부가 되어버린 그들의 형제 자매들은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듯 서로간의 날선 갈등이 이어오다 결국 왕래도 안하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위의 사건에서 보듯 30년을 농사짓고 부모님을 보살피고 살던 동생이 사망하자 곧바로 실력행사에 나선 형의 행동에 주위사람들조차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어 예전보다 훨씬 부유해졌지만 심리적 결핍은 경제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 투쟁을 거듭한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한들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허기진 욕망은 자꾸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행복은 돈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갖가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흉악한 사건들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식을 따지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더 많이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다.

욕심 내려놓고 소확행 찾는이 늘어

정치는 정치대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정권 창출에 마치 나라의 안전마저 저당 잡혀도 되는 듯 올인한다.

법과 원칙이 정치논리에 의해 마음대로 재단된다.

아무리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자신들의 주장이 최고라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경상수지 흑자'가 흔들려도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진실에 눈을 감는다.

힘을 가진 자 권력을 가진 자가 자유와 정의를 독점하여 사적 정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공권력이 정의의 이름으로 남용되거나 법 위에 군림하여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하다.

분단의 생명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내 편, 네 편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국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갖가지 흉흉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온 나라가 전쟁터가 된 듯 서로가 으르렁거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행복을 꿈꾼다. 아무리 나라의 지도자들이 땅장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한들 나름의 행복을 찾고 싶어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문제가 아니라 비록 작지만 지금 내가 확실히 느끼는 행복에 집중하고싶어 한다. 그것만큼은 적어도 나의 소유로 하고싶어 한다.

행복은 외부를 나에게 맞추어 변화시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외부 환경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변화시키거나 두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외부의 환경을 내 마음에 맞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니 내가 외부환경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수월한 행복추구 방식일 것이다.

그러니 소확행(小確幸)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므로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행복을 꿈꿔보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가져도 허기진 심리적 결핍감을 상당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가지려고 악다구니쓰는 모습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조금이라도 상식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라도 갖는다면 훨씬 지금보다 살기 편한 사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무엇인가를 소유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감은 그 유효기간이 짧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은 한번쯤 더불어사는 사회에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색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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