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안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다. 남이 보아도 인상이 넉넉하고 후해 보인다.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은 반대이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이고 얼굴표정 또한 편안해 보이질 않는다. 마음편한 사람을 만나면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반면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루가 삼년처럼 느껴지니 단 몇 분이라도 같이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본인이 불편할 것 하나 없으며 마음이 편치 않으면 본인이 우선 불편하다. 그러하니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편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마음의 평안, 그 원인을 안다면 내가 그리하면 되는 것이므로 우선 편한 마음의 근원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이다. 몸이 편하지 않은데 마음이 편안할 까닭이 없다. 통증이 있거나 지병(持病)이 있는 경우 성인군자라면 모를까 보통사람의 경우 이를 극복하고 평안에 도달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의사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적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스트레스 적게 받도록 유의하면 된다.

적게 먹는 것이야 본인이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바삐 살며 시간없이 보내는 현대인에게 규칙적 운동도 쉬운 일 아닐 것이다. 별보고 출근하고 별보고 퇴근하며 잠잘 시간조차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상사가 스트레스 원인일 수 있고 부하직원도 내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 역시 내 몫이다. 식탐(食貪)을 버리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운동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어떤 상황일지라도 웃으며 넘기는 것 역시 내 지혜라 아니할 수 없다. 내 일은 내가 안고가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는 것이 좋다. 진정 좋아하는 일이 있고 모든 것을 잊을만큼 잠시라도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금방 달라질 수 있다. 텃밭을 가꾸며 땀을 흘리면 몸은 피곤해도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는다는 분이 있다. 책을 읽으면 전쟁이 나도 모른다는 사람도 있다. 프로야구를 보며 한주 피로를 푼다는 사람도 있다. 등산이나 낚시도 많은 분들의 취미인 듯하다. 무엇이든 좋다. 잠시 몰입하며 그 시간이라도 힘들고 골치아픈 일을 잊어버리고 나면 조금 전 힘들고 고달팠던 일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다가올 수 있다. 애초 무겁게 느꼈던 것도 기분전환 이후 사소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가족)은 내 모든 것의 시작이요 끝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 집안이 편치 않으면 어떤 보상이 있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 집안이 저절로 편안해질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함부로 하는데 기분좋을 부모님 없을 것이요 아내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데 내게 잘할 아내는 없을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이 엄마 아빠께 따뜻하게 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모 공경하고 아내 사랑하고 자식에게 많은 애정을 주는 것이 따뜻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이다. 부모를 위해 아내를 위해 나아가 자식을 위해 그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그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혼자 살면 더 좋을 수 있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요 누구와 기대야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자어 사람 인(人)의 구성도 그러하다.

상대가 부모이든 배우자이든 자식이든 직장동료든 상관없이 '너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은 옳지 않다. 모든 문제는 내가 원인이며 내 안에서 발생된 것이다. 따라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떠오르는 몇 가지 방책이 위의 세 가지다. 하나가 건강한 몸이요 둘이 나만의 취미생활이며 셋이 화목하고 사랑넘치는 가정이다.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 있으니 무엇이든 일이 생기면 '남 탓' 하지 말고 내 주변에 잘못된 무엇이 없는가 먼저 둘러보면 좋겠다. 내가 편하면 세상이 편하다. 내가 편하면 삶이 즐겁다. 내가 편하면 주변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칼럼위원 최영한 웅지세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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