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났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05년 11월 11일 나는 따뜻한 빼빼로데이 선물을 받아들고 감격했다.

며칠 전부터 빼빼로데이가 상업적인 행사라는 것을 알리고 "학교 안에서 빼빼로 선물을 하지 말자"고 당부하며 농민의 날이라는 것을 강조했었는데 봉지 안에는 잘 구운 가래떡이 들어있었다.

나는 바로 내 블로그에 그 가래떡 사진과 함께 가래떡을 받은 이야기를 2005년11월11일 11시11분에 올리려 했는데 10여분 빨리 올리고 말았다.

무려 300건의 클릭이 들어오고 메이저 신문인 중앙일보에 블로그 뉴스로 편집이 되어 올라갔다.

이야기가 해를 거듭하면서 널리 알려지고 전국적으로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주고 농민의 날이니까 농민을 돕자는 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빼빼로데이가 아닌 가래떡데이로 널리 알려지고 색색으로 만든 여러 가지 가래떡이 선보이기도 했다.

가래떡데이를 만들어주신 김령희 학생 어머님, 그리고 이제 대학생이 되어 있는 김령희 양에게 오늘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도록 어제 전교생에게 빼빼로 안사기 운동을 벌였다. 만약 학교에 가져오면 몽땅 압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우리 농산물은 팔리지 않아서 저렇게 애닳아 하는 농민들이 많은데, 외국 수입원자재만을 사용하는 빼빼로를 많이 팔기 위한 판촉행사에 무조건 따르고 부화뇌동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각 반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빼빼로데이가 상술에 의해 조작된 날이며 순전히 초콜릿을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내일 빼빼로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모두 압수하겠다고 어린이들에게 엄포라도 놓아서 사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면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부탁드렸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부장회의가 열리고 있는 교장실을 노크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2학년 김령희. 이 어린이는 우리학교의 보물이다. 내가 이 어린이를 이렇게 잘 알게 된 것은 학교 전자도서관의 감상문 게시판에 전교생 중 유일하게 매주 한 편 이상 꼭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어린이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열심히 독서하고 감상문을 계속 올리는 것이 고마워서 따로 불러 격려도 하고 칭찬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더욱 열심히 감상문을 올리고, 또한 올리고나서 혹시 댓글이 안올라오고 이틀만 지나도 "교장선생님, 저 감상문 올려놨는데요" 하고 독촉을 해오곤 하는 너무 고마운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김령희가 교장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서는데 손에는 빼빼로상자 두 개와 작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협의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그 아이를 보며 "어어? 령희, 오늘 빼빼로 사온거야. 그건 안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텐데?" 하자 빙긋이 웃으면서 "이거 아이들한테 받은거고요. 어머니가 이거 교장선생님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하면서 비닐봉지에 싼 것을 내민다.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 "이거 뭘까?" 했더니 "가래떡이에요" 하며 나간다.

회의는 잠시 중단하고 봉지를 열어보니 가래떡을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 알미늄호일로 잘 싸서 보내셨다.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어서 정성이 느껴졌다.

봉지를 열어서 한 개씩 먹으면서 협의회를 진행했다.

☺정말 고맙고, 학교의 지도에 대해 이해를 잘 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하며 진정어린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정을 보냈다.

아울러 우리 학교에서 추진한 빼빼로 안사기 운동은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1. 빼빼로 대신 받은 가래떡구이 2005-11-11 10:48:00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suntae&list_id=5557676

2. 가래떡의 날 11월11일, 빼빼로데이가 아니다 2010-11-10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suntae&list_id=11908066

3. 가래떡데이가 빼빼로데이보다 좋아요 2011-11-01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suntae&list_id=12437295

4. 7번째 맞는 가래떡데이에 2012-11-11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suntae&list_id=12961908

5. 내손으로 만든 가래떡데이가 10주년이래요 2014-11-11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suntae&list_id=13545612

위에서 보실 수 있듯이 2005년 "빼빼로대신 가래떡"이라는 이야기가 2010년 "가래떡의 날"이 되었고, 2011년 "가래떡데이" 이렇게 변해오면서 2011년부터 "가래떡데이"라는 말이 정착한 것이다.

이렇게 가래떡데이는 점차 빼빼로데이라는 말을 대신하게 되었고 또한 가래떡 선물로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재벌과 초콜릿산업, 상인 그들만의 잔치가 된 빼빼로데이가 농민들을 위하고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가래떡을 선물하는 가래떡데이로 정착되어가고 있어서 반갑고 감사할 뿐이다.

(칼럼위원 김선태 아동문학가 / 전 용미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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