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에서 최초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발생된 지 20여일 만에 파주시 91농가 11만317두의 돼지가 다 사라지게 되었다.

DMZ 내 멧돼지 사체에서 ASF바이러스 발견

현재 원인 발생도 감염 경로도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 5월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올 경우 닥칠 재난적 상황을 고려해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중국 발생으로 1억 마리, 2억 마리가 살처분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되었지만 속수무책 그저 발생지역 반경 3㎞ 이내 돼지들을 살처분 하는 것이 유일한 조치였다.

아무리 방역에 애를 써도 아무것도 모르니 현재로써는 살처분이 유일한 예방책인지도 의심스럽다.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 맷돼지 폐사체에서 ASF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지금까지 모든 양돈농장에서 키우던 사육돈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왔던 것과 달리 야생 맷돼지가 북한에서 넘어와 ASF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GP, GOP에도 완전 철책으로 되어 있어 육지 동물들이 내려올 수 없고, 100% 차단된다고 말한 것이나 농림축산식품부도 경기북부와 강원도에서 발생된 돼지열병이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해명자료들을 뒤집는 사실이 발생한 셈이다.

더욱이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사실을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신고한 5월 이후에도 파주․철원 등 DMZ 안쪽을 걷는 "DMZ 평화둘레길"을 개장, 사람, 차량, 잔반, 야생멧돼지가 무차별적으로 드나들다 돼지열병 첫 발생 9월17일 이후에야 중단되었으니 유입경로가 뻥 뚫려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임진강을 유역으로 하는 김포, 파주 등으로 한정되어 왔던 방역 활동이 뒤늦게서야 DMZ 내 이남으로 내려오는 맷돼지를 발견하면 즉시 사살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남한으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라는 조치가 취해졌다.

DMZ 등 유입경로 방심, 헬기방역 등 뒷북행정

여기에 헬기 방역 등 뒷북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인천 백령도에 ASF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내륙과 떨어져 있는 섬까지 확산되는 모양새여서 강화 석모도 사례와 함께 감염경로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공기 전염이 아닌 접촉 전염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북한에서 내려오는 맷돼지 뿐만 아니라 쥐나 모기, 파리 등 여러 가능성도 있어서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파주연천축협 양돈농가들은 파주 연천 지역은 90% 이상이 군사보호지역으로 재산권 행사에 각종 제한을 받아 어렵게 살아오면서 북한 접경지역으로 말라리아, 유행성출혈열, 구제역, AI, ASF 등 각종 질병에 최전방에서 최우선으로 노출되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ASF 파주에서의 최초 발생이 우리가 방역을 소홀해서 인가, 국가가 못막아주니 파주의 돼지들이 육탄으로 막아내며 죽음으로 전국 확산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제 접경지역 이남 확산방지를 위해 발생 3㎞ 밖의 멀쩡한 돼지까지 예방 살처분 하고 있다. 파주 연천 지역이 전국의 양돈산업 보호를 위한 육탄방어 지역인가? 예방적 살처분 후 양돈농가들은 직업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

생계안정자금 지원, 폐업농가 영업권 보상, 추후 재입식을 위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DMZ일대 국경방역을 소홀히 하면서 뒤늦게 헬기방역 등 뒷북정책으로 허둥대고 있다. 엄밀히 말해 국경방역은 국가의 책임이나 그동안 안간힘을 써온 양돈농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살처분 축산농가 삶의 터전 사라져 - 재난관리지역으로 선포해야

따라서 파주 연천 지역을 재난관리지역으로 선포해 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풍만이 재난이 아니고 갑자기 원인모를 전염병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파주 연천 축산농가들의 현실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 방역 공무원을 지낸 모 농업전문가도 DMZ 내 맷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 듯 다양한 경로로 ASF가 확산되고 있어 북한과 정치를 떠나 이것만큼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빨리 손을 쓰지 않아 ASF가 북한에 토착화 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진영 논리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전염병까지 발생, 국민들은 삶의 의욕을 잃은 채 희망이 사라지고 분노만이 촉발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것은 발생한 지자체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사안이다.

발생 농가나 반경 3㎞ 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돼지들, 11만 두를 다 없애고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좀 더 세심하고 촘촘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농가들만의 삶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언제 어느 때 부지불식간 닥칠지 모르는 이같은 불가항력적 재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 지역을 재난관리지역으로 선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갖가지 재난 발생을 경험해 재난에 관한한 아무리 노련한 파주시이고 철저한 방역태세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작은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때 결국 정부가 나서서 큰 틀에서 질병적 재난을 관리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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