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강경노선으로 돌아서면서 첫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달라진 북한의 태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무표정한 얼굴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후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제재에 들어간 날 곧바로 북한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철수해버렸다.

아무런 성과없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신한반도 체제'를 외치며 대통령이 중재자로의 입장을 다짐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느닷없이 개성사무소 전격 철수하는 북한의 행태에 당황스러움을 넘어 이러다 양측이 정면충돌로 가는게 아닐까 하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제라도 약속을 깰 수 있다는 벼랑끝 전술이 통했는지 아니면 국내 정치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국면전환용인지 대규모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하면서 또다시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지 김정은 위원장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희망을 외친다한들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하도 특수한 캐릭터의 소유인지라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이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착잡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상공회의소 소속 상공인들을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 정치인들은 새벽부터 유력 정치인의 특강을 듣기 위해 서원힐스 3층 세미나실에 모였다.

송영길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그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 이날의 강연 주제 또한 "동북아 상생시대 북방 경제협력 : 남북 경협을 중심으로"로 장장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역대 정부의 북방정책을 죽 나열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신(新)북방정책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중경제협력 방향이며 러시아와의 계획을 발표했을 때 나진-하산 프로젝트 복원을 위한 철의 실크로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자신이 명명한 아이스실크로드며 이는 결국 전력 협력을 뛰어넘어 전력망, 석유, 가스수급망, 철도, 도로 등을 통합한 통합에너지 연계망 및 통합 관리체제 구축을 의미하는 슈퍼그리드(SUPERGRID), 문재인 정부의 꿈을 소상히 밝혔다.

그러면서 북(北)루오션 남북 경제협력의 무한한 꿈과 그동안 자신의 업적을 인터뷰를 인용, 영어와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며 충분히 어필하기에 노력했다.

이날 상공인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도 정치인의 특강을 듣기 위해 새벽바람을 가르고 이곳에 참석했다.

송영길 의원, 문재인 정부의 꿈·남북경협에 대해 열변

하지만 송영길 의원은 역시 정치인답게 같은 당 파주의 국회의원들을 띄워주고 곳곳에서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이 마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사전 선거운동같은 실상에 우리가 이 바쁜 아침시간에 여기에 왜 앉아 있어야 하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법률로 정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규제의 덫에 묶여 험로를 가까스로 헤쳐가고 있는데 4선의 중진의원이 온다고 하니 그의 입에서 그래도 좀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한가닥 기대를 했으나 역시나 정치인 다운 노련함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정작 규제는 정부가 만들어놓고 이제는 이러한 규제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만들어 홍보하고 규제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신발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痒), 변죽만 잔뜩 울리고 있는 격이다.

기업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은 되지만 내 가족 내 직원들을 위해 임금을 미리 올려준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어려운 불경기에 힘겹게 일감을 수주해 오더라도 야근을 안하면 납기를 맞출 수 없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야근할 사람은 다른 직원을 채용해 그 갭을 메우라 하는데 기업인들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있는 직원도 내보내야 할 만큼 기업 환경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겠나 정부가 너무 억지를 부린다는 이야기다.

지금 직장을 잃게 되면 그만큼 정부에서 실업수당을 주고 있는데 그 실업수당을 타먹기 위해 또 다른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일을 하기보다는 실업수당을 챙기기 위해 트릭을 쓴다.

물론 어렵고 힘든 실업자에게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보다 그 예산의 일부는 기업 환경 개선에 지원해준다면 정부가 그리도 원하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정책, 규제로 힘든 상공인들에겐 격화소양일 뿐

정부가 아무리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다 홍보하고 애로 사항을 써내라 하더라도 기업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명칭만 바뀌며 이어지는 이같은 이벤트 같은 정부 정책에 그닥 신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용어로 기업인들을 회유한다며 불신에 불신을 쌓을 뿐이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서는 한국, 북한과의 중재에 대한 회의론과 유엔에서도 제재위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중국과의 관계도 이렇다할 것이 없는데다 일본과는 최악의 상황이며 여기에 그동안 그렇게도 공을 들인 북한 또한 남한을 단지 플레이어에 불과한 존재로 평가절하하며 중재자로 보지 않고 있다는 뼈아픈 평가가 현실이다.

사방팔방 내 편이 없는 고립무원의 마이웨이 행보에 판문점선언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정치도 경제도 앞이 안보이는 답답한 국민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낭만적인 남북경협 계획이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현실에 상관없이 국민들의 고뇌에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꿋꿋한 결의만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조찬 세미나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은 다시 실망을 안고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러한 상공인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절망에 명확한 해법은 아니더라도 현실에 맞는 좀더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펴줄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지상주의에 빠져 오로지 돈으로 복지를 살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선행되기를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원대한 꿈을 이야기한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그래서 4선 중진의원의 특별강연은 상공인들의 허기진 마음을 더한층 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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