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원공과대학 파주캠퍼스 한켠에는 "천원의 행복"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여있다.

만원의 행복도 아니고 천원의 행복이라니, 과연 천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이곳에는 있다는 것이 놀랍다.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느끼는 빈곤

자세히 보니 두원공과대학교 파주캠퍼스 학회 연합회에서 라면, 공기밥, 김치 세트메뉴 특별간식을 기존 2000원 하던 것을 1000원으로 특가 판매한다는 플래카드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천원을 푼돈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니 그 푼돈으로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플래카드 속에는 학생들이나 교직원, 학교를 드나드는 일반인 방문객에게 '천원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그동안 흘려버리기 딱 좋은 잔돈 1천원의 가치로서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속에 풍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라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천원으로 라면이며 공기밥이며 김치까지 셋트 메뉴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야 행복감을 느끼며 돈의 가치를 과대평가 하면서 우리가 순간 순간 맞딱뜨리는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더 가진자와 비교 상대하며 자꾸자꾸 상대적 박탈감으로 스스로를 더욱 가난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지친 그들은 힐링을 찾아 또 배회할 것이며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한번뿐인 인생인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소리친다.

언제부터인가 언젠가 될지도 모를 좋을때를 기다리며 행복을 유예하며 살기보다 지금 일상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무리카미 하루키식의 소확행(小確幸)이 유행인 것은 그만큼 우리의 팍팍한 삶의 환경에 맞춘 생존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갓 구은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 것, 새로산 정결한 면 냄새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대 기분" 그것을 잠시 평화로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나만의 작은 행복찾기 운동

우리는 형이상학적인 손에 닿을 수 없는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를 입에 달고 살고 이를 위해 분투에 분투를 거듭해왔지만 그리하여 예전보다 부유해졌고 먹을 것은 풍부해졌다고는 해도 행복은 또 저 만치 우리를 비껴가고 있다고 모두가 호소한다.

승진을 하면 행복할줄 알았다.

내집을 장만하면 행복할 줄 알았고 좋은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잠시 내게 들른 행복은 어느 사이에 또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 또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니 차라리 배고픈 영혼에게 천원이라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푼돈으로 김치와 공기밥까지 곁들인 라면의 따뜻한 국물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 더욱 실속있는 일이 된 것이다.

'나만의 작은 행복 찾기'는 그만큼 삶이 힘겹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행복'이라는 거대담론에 내 모든 것을 저당잡히고 있었던 삶 자체에 어찌보면 궤도 수정이 필요했던 부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상의 소중함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그동안 사는데 급급했던 사람들이 서서히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내면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눈에 보이는 모두가 추구하던 거대한 가치에 올인하느라 정작 방치하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행복을 먼데서 찾지만 현명한 사람은 행복을 자신의 발밑에서 키운다는 말처럼 행복은 새롭게 마음먹기,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기라는 다소 심플한 삶에서 비롯됨을 일컫고 있다.

현재 우리의 환경은 모든 경제 지표가 말해주듯 결코 녹록한 환경이 아니다.

살림이 나빠졌다는 사람들은 49%인데 좋아졌다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

공장 30%가 멈춰서고 재고가 넘치며 제조업 가동률은 9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청년 실업율은 갖가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높아져 가기만 하다.

어느 한가지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우리는 여전히 행복할 수가 없다.

남북정상 만남에서 비롯된 국민들의 행복감

그렇지만 이러한 최악의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희망을 말하고 있다.

60년 넘게 대치하며 살아왔던 남과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고 있으니 꿈인지 생신지 모두가 적응이 안될 정도다.

또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파주시가 좋아지리라는 기대감과 다른 모든 상황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희망속에 일종의 행복 비슷한 기분을 국민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사가 좋을때가 있으면 나쁠때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이니 일희일우하며 불행은 일부러 불러들일 필요는 없는 듯 하다.

영원히 계속되는 행복이 없는 것처럼 영원히 지속되는 불행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극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국민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뭔가 크게 변화된바는 없다하더라도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 활력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일상생활도 덩달아 뭔지 모르지만 좋아질 것이라는 기분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 국민들의 심리적 상승곡선이 선순환하면 우리 개인의 삶 또한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소소한 유사 행복감에 조금씩 젖어들고 싶을 것이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며 땅속의 기운을 촉발시켜 며칠뒤면 솟아오를 파란 싹을 티울 것은 분명하다.

천원의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서도 만원의 행복이 될수도 백만원의 행복으로 더 확대될 수 있는 소중한 인자(因子)임이 틀림없다.

행복은 자주 내가 열어놓은지도 몰랐던 문을 통해 슬그머니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미국 배우 존 배리모어(John Barrymore)의 말처럼 봄과 함께 우리 곁에 슬그머니 찾아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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