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400여 명 진료, 의료서비스 시스템 등 자국민 교육 요청하기도

팔라우는 서쪽으로 필리핀, 북동쪽으로 미크로네사아 연방의 야프섬, 남쪽으로 인도네이사의 이리안자야주가 있는 태평양 도서군과 산호섬인 손소롤 토비 등 약 340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인 1만6천여 명을 남태평양 일대로 끌고가 강제노역을 시졌고 정신대로 500여 명이 끌려갔다. 그곳에서 5천여 명이 목숨을 잃어 우리 한국인들의 흔적이 정글 속에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제노역당시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팔라우에는 현지인들이 "아이고 다리"라고 명명했을 정도로 우리의 가슴아픈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고 다리 중간쯤에는 대우건설이 팔라우다리를 건설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탑을 건립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은 집요하게 팔라우 공화국을 지원한다는 미명하에 사업을 펼쳐 자동차의 99%가 일본자동차이다.

팔라우는 의료취약지역 중 하나로 2017년 파주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이 팔라우 북부 나르첼룽(Narchelong)주에서 일주일간 의료봉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파주병원(병원장 추원오) 해외의료봉사단은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7박8일동안 전문의 6명, 치과 2명, 약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 30여 명이 멜레케오크주 보건소에서 진료를 했다. 이번 진료는 파주병원과 회현로타리클럽이 주관하고 파주상공회의소, 한국국제의료보건재단, (주)파주타임스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팔라우는 아시아나항공사가 독점운항 오후11시가 넘어 출발해 약 5시간 걸려 새벽에 도착해 잠도 못잔 채 숙소에서 1시간거리인 보건지소에서 진료준비를 시작했다.

장비만 해도 초음파, 치과장비, 약품 등 500㎏ 가까이 되어 의료진 일행은 기내용 가방만 허용되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각 과별 장비를 세팅하고 치과진료는 장소가 좁아 보건소에서 약 10분거리인 주지사 공관에 별도로 진료소를 운영했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대신하고 곧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접수대에서 인적사항 기재와 피검사, 혈당체크가 이루어졌고 심장내과 김현승 전 원장, 외과 우준경 과장, 성영호 가정의학과 과장, 소화기내과 이상인 교수(차움병원), 영상의학과 조은석(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승연(세브란스병원), 치과 김상환, 조희진(외부) 등 8개과로 나뉘어 진료했다. 내과 326명, 정형외과 122명, 외과 64명, 소아과 74명, 치과 383명, 각종검사 469명 등 총 1,438명을 진료했다.

팔라우 사람들의 신체특징 중 하나는 성인비만율이 높아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이 많고 비틀넛으로 인해 원주민의 치아가 마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진료를 진행하면서 김현승 전 원장은 2년 전 가르텔룽주에서 진료했을때와 마찬가지로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자가 많은 것 같다. 또한 혈압, 당뇨, 고혈압환자가 많아 자세한 설명과 처방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내년에도 꼭 다시 찾아줄 것을 부탁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Joch(64세, 남)는 "혈압, 심장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했다"며 "좋은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게 된데 너무 감사드린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티나(63세, 여)는 "필리핀에서 이곳으로와 가정돌봄이로 일을 하고 있다"며 "돈도 돈이지만 팔라우국립병원을 믿을 수가 없어 한국 의료진들을 학수고대, 오늘 검사를 받고 약처방까지 받게 되어 너무나 고맙다"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다음날도 6시30분 식사 후 8시50분 진료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당뇨병을 앓고있는 Bonnie(58세, 여)는 진료를 마친 후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고 진료도 빠르고 자세히 설명까지 해준 것이 너무 고맙다"며 "내년에도 꼭 팔라우에 와서 다시 진료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는 Tommy E. Remengesau.Jr.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일행을 집무실로 초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몰려들어 진료시간이 연장되면서 대통령과의 면담시간을 조율해야 했고 Secilil Eldebechel 비서실장이 직접 진료소를 방문해 격려와 함께 초청을 약속하기도 했다.

25일에는 Secilil Eldebeohel 비서실장과 복지분과위원장이며 전 보건복지부장관인 Stevenson J.Kuartei 상원의원이 김현승 전 원장, 이상인 교수, 우준경 외과과장을 저녁만찬에 초대했다. 만찬자리에서 팔라우 정부차원에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미국으로 국비유학을 보내면 팔라우가 미국령이다보니 영주권이 있어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눌러앉는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그래서 김현승 전 원장에게 오늘 팔라우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나 질적인 의료수준이 굉장히 뛰어난데 감명받았다며 정부와 같이 함께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대해 자국민을 한국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방법, 김현승 전 원장을 비롯한 한국 의료진이 팔라우에 와서 의료행정과 시스템에 대해 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Kuartei 상원의원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진료해주신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마음과 정성어린 진료에 충격을 받았다고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번 파주의료팀이 팔라우에 오기 전 각 나라에서 5팀이 신청을 했으나 2년 전 이곳에 파주진료팀이 너무 잘 진료해주었다고 소문이 나서 대통령도 파주의료팀이 오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Kuartei 상원의원은 팔라우의 전반적인 의료수준을 높여달라며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정부차원에서 적극 도와드리겠다고 말하고 오는 10월 팔라우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에 김현승 전 원장, 이상인 교수를 초빙, 강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26일에 Secilil Eldebeohel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현승 전 원장, 파주타임스 윤관호 발행인을 집무실로 초청, 최종환 파주시장이 제공한 DMZ철조망 기념품을 비서실장에 전달했다.

비서실장은 미국 출장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 그리고 팔라우 주민들을 위해 파주병원 의료봉사단이 2번째로 방문해준데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DMZ철조망은 70년 전 전쟁의 상흔이 담겨있으면서 평화를 갈망하는 파주시민들의 염원이 담긴만큼 귀중하게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진료를 마치고 이상인 교수는 "생활수준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너무 열악했다"며 "육류섭취가 늘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많아 생활습관을 바꾸는 교육과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아과 권승연 선생은 "시기에 맞는 식습관 교육과 비만에 대한 조기교육이 꼭 필요하고 체육교육도 강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과 김상환, 조희진 선생은 "그들의 독특한 식문화(붉은 열매와 담뱃잎 산호가루를 싸서 씹는 문화)가 있어 치아가 검붉게 착색이 심하고 전체적으로 마모가 진행되고 있어 심한 착색제거, 앞니 충치치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정의학과 성영호 선생은 "팔라우 성인남녀 모두 대개 비만이며 혈액검사, 초음파검사에 고지혈증, 지방간 소견이 많아 약물치료에 앞서 운동 및 저지방 저칼로리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우준경 외과과장은 지방종, 피지방종 부분마취를 통해 여러건의 수술을 집도해 현지주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또 한 번 높은 한국 의료수준을 자랑했다.

권재진 회현로타리클럽 회장(전 법무부장관)은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고 "대부분 봉사가 단편적인데 이렇게 해마다 각 분야별 전문의, 간호사, 봉사자들이 자비와 개인휴가를 쓰면서까지 봉사하는 것에 대단히 감명받았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주병원 의료봉사에 대해 팔라우 주정부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은 감사를 표하는 감사장을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의료봉사에 (주)씨앤씨와 한울생약(주)가 칫솔과 물티슈를 각각 후원하기도 했다.

또한 파주병원의 의료봉사 내용이 아일랜드 타임스 1면에 소개, 「한국의 의료진들은 그들의 의료봉사에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많은 팔라우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 이러한 의료봉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여러나라로 기꺼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됐다.

한편 그동안 파주병원 의료봉사단은 2010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네팔, 사할린, 몽골, 팔라우, 솔로몬 등 세계 각국의 의료취약지대를 찾아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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