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이야기 2 … X-ray

엑스 레이(x-ray). 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발명품인가를 생각한다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만약 이 x 선이 없었다면 관절 척추를 담당하는 정형외과 영역은 단순히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응급처치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고 최근 첨단기술로 인하여 각광받는 부활이나 재탄생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몸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뼈는 그 실체를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 뼈가 외부로 노출된다면 이는 이미 심한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허나 몸 깊숙이 있은 이 뼈라는 구조물은 쉽사리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어떠한 희생없이 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전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몸의 3차원 구조를 단순 2차원적인 사진으로 판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련의 연속 사진을 촬영하여 그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로 전후방사진 및 측방사진 그리고 비스듬히 찍는 사상사진을 찍어 이상 유무를 다각도에서 관찰하는데 이를 연재사진(series)이라고 한다.

"아니 왜 이리 사진을 여러 장 찍어? 한 장만 찍으면 아는 것 아니야 돈도 많이 들게스리…"

이런 푸념을 환자분들에게 들을 때 본인은 억울함 반, 그리고 자괴감 반이 든다.

억울함은 최선을 다해 환자의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것인데 그 노력을 몰라줘 느끼는 서운함이고, 자괴감은 왜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알아보지 못해서 환자들을 고생시킬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환자들을 판단한다면 그 접근법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분명 불충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후방사진상 뼈의 연속성이 소실된 골절의 경우 전후방사진으로 골절이 확인된다고 해서 측방사진이나 사상사진을 간과한다면 골절의 방향 및 전위 여부 그리고 연관된 연부조직의 손상 가능성 등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 여러 장의 다각적인 사진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사진으로 단순히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임상상태를 확인해야 동반손상의 여부 및 치료 계획 등이 면밀히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x-ray는 우리의 관절 상태를 우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사진이다.

우스겟소리로 짜장면을 중국어로 '싼그어' 짬봉을 '그다음싼그어' 탕수육을 '비.싼.그어' 라고 하는 말이 있듯이 x-ray는 싼그어가 아닌 가장 합리적인 기본 사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병원에 오면 반드시 찍어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그 안에 중요한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 환자분들은 반드시 의사선생님들을 괴롭혀(?)서라도 그 결과를 들어야 한다.

과거 의사 초년병시절 x-ray 날필름-과거에는 필름이었으니까-을 백열등에 비춰보는 스승님이 계셨다. 뭔 액션인가 코웃음을 쳤지만 레지던트 고년차 시절 우연히 흉내내본 그 행위 속에서 멀리서 훑어보던 느낌과는 사뭇다른 마치 소우주가 펼쳐진 느낌이 든 이후 x-선 촬영사진을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꾸 보니까 인생이 보인다. 그 사진 속 주인공의 살아온 인생과 그 사진을 통해 발견해 낼수 있는 내 지식의 인생 깊이까지도….

엑스레이는!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보는 사람, 아니 온 인류의 축복이다.

【 글 ┃ 마디편한병원 황필성 대표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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