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이 팀장님께.

"매혈기"라는 말에 놀라셨나요? 중국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가 떠올랐습니다. 살기 위해 피를 파는 주인공 '허삼관'처럼, 힘들었던 제 이야기이고, 그만큼 팀장님께 감사함을 표현하는 마음입니다.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2020년 2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었고,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운영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 근무시간을 줄이고, 급여를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면,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있더군요. 희소식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트 사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동영상'이 따로 있더군요. 고용노동부 직원도, 그 동영상을 추천하더군요. 20분이 넘는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멈췄습니다. 천천히 보면 좋겠지만, 유튜브나 보고 있을 한가함은 없습니다. 제일 바람직한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사이트를 만드는 것 아닐까요?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모든것을 해결합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외국 호텔, 비행기, 기차, 버스까지 사용하는 세상입니다. 동영상을 보는 수고를 줄이고, '사용자 경험(UI)'이나 '사용자 환경(UX)'을 어느 정도 배려해주는 인터넷 사이트였으면 좋았을 것을. 어떤 의사도 환자한테 당신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밖에 나가서 A4 용지 서식에 육하원칙에 맞춰 증상을 써오라거나, 유튜브에서 내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검색해서 천천히 보고, 해당하는 병명이 뭔지 찾아보라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격분한 나머지, OO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전화해서, 이른바 '진상'만이 사용한다는, 금기의 말, "거기 책임자 누구야! 책임자 바꿔!"라고, 말한 것은 사과드립니다. 변명하자면, 매우 어렵게 신청 절차를 마치고 장OO 직원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4월 초입니다. '고용노동부' 전화가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장OO씨의 업무 메일로 추가서류까지 보냈는데,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번 메일함을 열어보며 답장만 기다렸는데, 4월이 다 가도록 연락이 없습니다. 5월이 되어서야 전화가 왔는데, 장OO 직원이 사정이 생겼다며, '거기 직원이 몇 명인가요?'부터 다시 물어보는 이OO 직원의 태도는, 민원인으로서 '충격과 울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민원인을 우롱합니까? 한달을 뭉개?" 등은 저도 태어나서 처음 사용한 격한 표현이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장OO 직원도 사정이 있을 것이며, 이OO 직원은 뭐, 그저 난감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다시한번 사과 드립니다.

OO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업무가 매우 많을 겁니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역대 최다라면서요?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고용을 축소하고, 고용유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일이 폭주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홈페이지도 힘들고, 다시 민원인들과 통화를 하고, 서류를 수정하고 보충하고 그래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더군요.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으로 말썽 없이 쉽게 끝내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도대체 어디에 이 숫자를 입력해야 하는지, 왜 0.5는 입력이 안 되는지, 여기는 왜 숫자가 안 들어가는지. 전화로 문의했더니 홈페이지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 홈페이지 밑에 있는 1577-XXXX로 전화하라고 하더군요. 1577-XXXX로 전화해서, 자동응답기의 지루한 멘트, 여러 가지 안내, 연결을 원하면 0번 어쩌고까지, 참 연결도 힘들었습니다. 요즘 민간기업들은 이런 경우에 '원격으로 접속해서 화면을 같이 보면서' 바로바로 해결해 주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정부에서 "2022년까지 한국형 넷플릭스를 만든다."는 '충격적인' 계획을 발표하더군요. 성공을 빕니다. 그러나, 각 공공기관의 인터넷 상황부터 돌아보기 바랍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책의 저자 박정준 씨는 인터넷 기업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한 프로그래머 입니다. 책의 일부를 옮깁니다.

"…아마존은 페이지의 로딩 시간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 2008년부터 자체 연구를 통해 로딩이 0.1초 지연될 때마다 판매가 1퍼센트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2012년 조사에서 로딩이 1초 길어질 경우 연간 자그마치 1.6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산출했다… 아마존은 페이지가 0.6초 안에 로딩이 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팀을 채찍질한다. 참고로 눈을 깜박이는 시간이 보통 0.3초 걸린다... 로딩 시간이 빠짐없이 감시되어 기준 시간보다 느리게 로딩이 될 경우 곧바로 담당 팀의 경보가 울린다… 곧바로 해당 침의 당번 개발자 삐삐가 울리는 것이다…0.1초의 단축은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종종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0.1초 때문에 올림픽에서 메달의 색이 바뀌고 구글 크롬이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빼앗았다…"

세계 최고의 기업은 단 1초의 시간도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홈페이지가 잘 안 되면, 1577-XXXX, 다시 자동응답기 멘트, 지루한 안내, 수많은 번호…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영업자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갑니다. 피같은 시간을 들여서,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아직 절차가 남아 있는데, 마지막 1원까지 다 받아낼 생각입니다. 1초를 다투는 '삶의 현장'에서, 피같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제목이 「매혈기」인 이유입니다. 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PS. 한 가지만 더 남깁니다. 솔직히, 과장 광고에 속은 기분입니다. 월급이 100인 직원의 근무시간과 급여를 20% 줄이면, 급여 80의 최대 90%인 72를 돌려받는 줄 알았더니, 고용유지 기간에 지급된 급여를 80의 20%인 16으로 계산하고, 그 16의 90%인 14를 지원해 주더군요. 72 그리고 14. 처음 기대한 금액의 1/5 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경험으로 삼아야죠. 저는 병원 운영을 정상화했습니다. 누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고 프로는 심판을 탓하지 않습니다. 팀장님께는 감사 편지를 마지막으로, 다시 연락할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미국인의 전직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복지 정책의 성공 척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복지에서 탈피하는가입니다."

(칼럼위원 / 연세믿음내과 이근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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