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는 19세기말 미국의 흑인 사이에서 발생한 4분의 4박자로 애조를 띤 대중가곡이다. 대개는 개인의 고뇌와 절망감을 즉흥적으로 노래한다. 송대관은 '네 박자'에서 "내가 기쁠 때 내가 슬플 때 누구나 부르는 노래…… 나 그리울 때 너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르는 노래 네 박자 쿵짝"이라고 노래한다.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단다.

코로나19로 집콕 삼식이가 된 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운동으로 다져놓은 모든 근육이 빠지고 정신마저도 혼미해졌다. 지난 일상생활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지친다. 자꾸 뛰쳐나가 무언가를 조지고 싶고 그 좋아하는 라일락 꽃향기도 맡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라는 내용의 고전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섭렵하다가 가끔씩 체육관의 땀냄새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도장에 찾아가 마스크를 쓴 채로 킁킁대다가 오기도 한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법도 이번에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익히게 되었다.

병원이나 지역사회에서 물리적 거리를 1미터 유지하는 경우 감염위험이 82% 감소한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위험이 85% 줄어든다. 정은경 질병본부장은 "밀폐된 환경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1시간 이상 침방울이 많이 튀는 환경에 노출되면 감염될 확률이 50% 이상이다"라고 한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그만큼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도 쉽지만은 않다. 뇌, 신경세포나 뼈 조직을 제외하고 몸 전체의 세포가 새롭게 재생되는데 약 6개월이 걸린다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 박사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문을 닫고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타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 등으로 다른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후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데, 이런 행위 자체가 미래세대에 대한 이타주의이다"라고 한다.

'팩트풀니스'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희생양을 찾는 본능은 인간 본성의 핵심이어서 그 사람이 속한 나라나 조직을 통째로 비난하기도 한다.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힘을 쏟아라. 그리고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고 한다.

이타주의와 시스템은 참으로 중요하다. 감염병은 개인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서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남을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방심하지 않고 생활 수칙을 준수하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내가 그가 되기도 하고 그가 내가 될 수도 있는 세계적 대유행 감염병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경험들에서 비롯된 원칙을 근거로 시스템을 만들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정부나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한국이 주변국들과 비교해 성공적인 방역성과를 거둔 이유 중 하나는 넓은 의미의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에 있었다."고 한다. 그도 우리의 고통 분담의 정신과 공동선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결속력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낸다. 중국처럼 강압적 통제도 아니고 유럽처럼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균형잡힌 모습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강압적 통제에 따르는 수동적 민족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의거해 스스로 일어서 앞장서는 능동적인 민족이다. 위정자는 나라를 버려도 비난하고 한탄하기에 앞서 맨손으로 분연히 나서서 나라를 지켜내는 민족아니던가?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7일, 8주 연속 대만 본토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자 보건부 장관이자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인 치과의사 천스중 부장에게 집으로 돌아가 쉬라는 휴식명령을 내렸다. 대만이 세계적 방역 모범국가로 급부상하면서 천 부장은 '코로나 영웅'으로 급부상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천 부장의 지지율은 93.9%로 올 초보다 20% 상승한 74.5%의 차이 총통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우왕좌왕 했던 '사스'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 민간과 정부가 협력체계를 만들고 지휘계통의 일원화 등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비하고 대처했다는 점이 우리와 어느 정도는 유사하다. 뉴질랜드 총리는 신규환자 발생이 멈춘 지 17일 되던 날 춤을 추었다지. 우리 정은경 본부장에게는 언제나 '휴가명령'을 내릴 수 있으려나? 우리는 언제 춤을 출 수 있으려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세계 인구의 70-80%가 항체가 형성된 후에나 소멸된다고 하니 당분간 적어도 약 2년 동안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동침이 일상이 될 것 같다. 그 이후에도 계절성 유행병으로 정착할 가능성까지 커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개개인의 건강은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고 지켜줄 수도 없다. 국가가 만들어줄 잘 정비된 보건 의료 시스템 내에서 우리 스스로 지켜내는 수밖에….

미국의 플로리다 누드 리조트에서는 홀딱 벗은 맨몸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어도 마스크만은 꼭 써야한단다. 아직 나는 얼굴에만 흔적을 남길 용기가 없으니 다행이다. 외롭고 그립고 지치고 귀찮고 화나고 힘들더라도 서로를 위해 격려하고 지원하면서 잘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집콕 삼식이가 식구 보기 미안해서 '쿵짝쿵짝' 재롱을 떠는 것으로 퉁칠라치면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서 그러는지 오히려 애틋하게 대해주는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다.

모두 힘내세요! 그땐 그랬지 하며 다시 편하게 만나요. 밥 한번 같이 먹어요.

(칼럼위원 김두현 원장(김두현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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