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하여 각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탁월한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아웃라이어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말콘 드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타고난 지능, 탁월한 재능,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웃라이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요소, 그리고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공동체의 혜택을 누려왔다고 주장한다.

1973년 제록스사는 개인용 컴퓨터 PARC 알토를 개발하였다. 이를 계기로 개인용 컴퓨터가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수혜자가 되려면 이 당시 20대인 사람이 가장 이상적이다. 오늘날 정보통신 분야를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구글의 에릭 슈밋, 그리고 얼마 전 작고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950년 중반에 태어나 알토의 개발당시 20대의 나이였다. 이들이 1940년에 태어났다면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누리기에는 너무 이르고, 1960년대에 태어났다면 너무 늦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카카오와 네이버 설립자인 김범수와 이해진도 개인용 컴퓨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8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를 선도하게 되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기회를 얻어낸 사람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IEA,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valuation of Educational Achievement)는 2016년 11월 말에 수학 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 2015 결과를 발표했다. TIMSS 2015는 49개국 초등, 중등 학생 약 27만 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초등, 중등 학생들은 2위~4위로 상위수준의 성취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권의 한국, 일본, 싱가폴, 대만, 홍콩 등이 모두 1위~5위를 차지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아시아인들이 왜 수학을 더 잘하는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벼농사와 수학실력사이에 놀라운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벼농사에 필요한 부지런함과 집중력 그리고 파종과 배수, 수확시기에 이르는 벼농사 전과정에서 요구되는 정교함이 수리영역에서의 높은 성과의 토양이라는 것이다. 수리분야의 우수성은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공동체의 혜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커다란 성공이나 업적 뒤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역사와 공동체의 혜택, 시대가 제공하는 특별한 기회, 문화적 유산과 같은 본인의 역할과는 무관한 '행운요소'가 작동한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 이러한 행운요소를 제거한다면 성공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행운요소는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겸손해야 할 이유다. 성공을 열망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자학을 해선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다.

우리는 성공이란 치열한 노력과 재능 개발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여 성공하였다는 개인의 역량과 부단한 노력의 산물로 간주한다. 즉, 성공을 개인적인 입장에서 판단한다. 그러나 성공은 개인적인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큰 성공을 결정하는 진정한 요소는 개인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와 혜택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은 단순하게 개인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하게 되면서 우리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복잡함 속에서 '행운요소'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행운요소'가 주어진 것임을 깨닫고 그런 '행운요소'를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 의무를 진다면 사회적 연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칼럼위원 임창주 서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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