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로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2005년에 '문명의 붕괴'라는 책을 내서, 지금도 서점가에서 널리 팔리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문명(국가)이 위기를 겪는 요인을 크게 5가지로 들고 있다. 환경파괴, 기후변화, 적대적 이웃, 우호적인 이웃과의 무역 중단, 사회적 문제에 대한 위기 대응 능력 등을 들고 있다. 요즈음 일본이 도발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일제강점기 전범 기업이 벌인 강제노역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략물자 통제를 위반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 시민들은 스스로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 생각하고,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가지 않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일본의 행태가 국제 자유무역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수출규제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기술적 자립을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쯤되면 일본은 다이아몬드 교수의 '우호적인 이웃'이 아닌 '적대적 이웃'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해 소위 보수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보수 학자들은 경거망동 하지 말라며 시민들에게 "가만있으라" 주장을 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언필칭 학자라는 사람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첫째는 그들이 그동안 보아왔던 일본의 경제력이나 문화적 영향력을 지나치게 크게 보고 있다. 또한, 한국의 위상을 지나치게 낮게 보고, 일본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96년에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8천 달러이고, 한국은 1만3천 달러이었다. '18년에는 일본은 3만9천 달러이고, 한국은 3만1천 달러이다. 일본은 20년 동안 겨우 1천 달러가 올랐고, 한국은 1만8천 달러가 올랐다. 다시 말해 일본은 20년 동안 계속 침체를 맞고 있으며, 우리는 눈부시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일본보다 GDP가 적지만, 우리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둘째는 반도체 소재 및 재료기술이 부족하여 함부로 대적하면 안된다고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을 좀 더 들여다보자. 반도체 시설은 한번 셋팅되려면 수조원의 비용과 수천 가지의 공정이 정밀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각 공정별 소재, 재료를 시험하여 검증된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기업들이 좋은 재료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급하는 재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납품하게 된 것이지 절대적으로 그들만이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이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한 국내 또는 다른 나라의 기업에게는 다시없는 기회가 된다. 비록 손실비용이 따르기는 하지만 일본이 큰소리를 칠 만한 입장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하여 타 제품이 한번 납품이 되면 그것이 진입장벽이 되어 앞으로 일본 제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납품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기업의 시장원리다. 셋째는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강제 징용에 대한 개인 배상청구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는 명백히 일본 아베의 주장과 일치하며,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세상에 자기 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침략국 아베 총리의 주장을 펴는 언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가?

지금 세계는 미 중, 한 일, EU 미 등 전례 없는 경제무역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기술력을 쌓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을 도모할 때이다. 영화 '대부'의 대사가 떠오른다. 임종을 앞둔 말론 브란도는 알파치노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얘기한다. "나의 장례식에서 너에게 다가와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배신자다." 과연 배신자는 누구인가?

(칼럼위원 / 방효창 두원공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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