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우리나라가 취한 일본 후쿠시마 및 인근 8개 지역의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최종(2심) 판결을 하였다. 우리는 1심에서 판정패한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를 정상적으로 잘 대응하여, 예상과는 다르게 승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문제를 거슬러올라가면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여 엄청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으며, 또한 폭발하는 핵발전소를 냉각시키기 위해 사용된 물을 바다에 쏟아내어 인근 바다 전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3년에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지역 8곳의 식품에 수입제한 조치를 하였고, 많은 나라들도 수입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 조치를 문제삼아 2015년 WTO에 제소하였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방사능안전관리민간위원회'를 두고 이를 대응하려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1심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원전사고 수습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그 지역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 식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조차도 그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 지역의 식품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일본 시민단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지역의 농산물, 수산물에서 검출된 엄청난 양의 세슘, 요오드 함유량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미 인근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암과 이상징후들, 변형된 곡물과 물고기 등을 공개하여 그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체르노빌 인근은 30년이 넘도록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를 통해 그 지역 및 인근은 죽음의 땅이 되었는데, 지금 후쿠시마 인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버젓이 농사를 짓고, 수산물을 잡고,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일본은 자국민들도 기피하고 있는 식품을 왜 수출하려고 하는가?

일본과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정부의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대응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취한 조치가 겨우 수산물의 일부 '수입제한'이라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강력한 원전사고 대책과 강제조사권을 요청해야 한다. 이 지역의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조사기관이 공개적으로 조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요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가보면 일본산 조개류와 방어가 눈에 띠게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일본산이라고만 표기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라는 표시가 없다. 이런 상태로는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가 없다. 정부는 일본에 구체적으로 지역까지 표시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인접한 나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또한 우리의 동해, 남해, 제주도 인근해에 대한 방사능 여부를 검사하여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며, 수산물에 대한 검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방사능 유출에 따른 바다 오염실태를 밝히고, 만일 우리 바다도 오염이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일본에 배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역할이 요구된다.

(칼럼위원 방효창 두원공과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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