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담판이 아무 성과없이 결렬되었다.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고 그대신 미국은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엄청난 협상을 예상했었기에 실망감 또한 크다. 북한의 핵무기해제는 대한민국 평화와 직결되는 것이며 종전선언과 함께 전쟁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였다. 북한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면 전쟁위험이 있는 나라로 오인되며 그럴수록 국가신인도 악화는 물론 외국기업이 들어오기를 꺼려하는 나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테이블에서 북한이 미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방송이나 기사를 종합해보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이 더 있는데 영변핵시설만 없애고 그 대신 미국의 제재 중 일부만 풀어달라고 요청한 결과 미국이 이를 거절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아무 준비없이 협상에 임했다며 불만이고 미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대를 져버리고 지나친 요구를 한다며 불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3.1절 축사에서 북미협상의 결렬에도 우리나라가 계속 중재역할을 하겠으며 매우 의미있는 만남이었음을 강조하였다.

북미가 협상하는 시간에 외국방송(CGTN)으로 채널을 돌려보았다. 그들의 협상이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하노이협상 이외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였던 코헨(Cohen, M.)의 의회증언, 이집트의 열차폭발사고 등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전세계 많은 뉴스들은 자막으로 처리하며 시시각각 보여주고 있었다. 온통 하노이에 집중되었던 우리에 비해 균형감각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북미협상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북한에 왜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평창올림픽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보기엔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대한민국 현실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성 한 명당 평균 1명 미만의 아이를 가지니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고 대한민국 인구는 점차 줄어가려는 참이다. 아이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집값이 비싸서, 결혼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맞벌이를 해야 살아갈 수 있으므로 등등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이유가 많다.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러나 다른 부분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사학자의 경우 대학교를 졸업하자 바로 결혼해서 두 아이를 출산하고 전업주부로 아이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10년을 보냈다. 이후 남편과 다른 가족들의 협조를 얻어 대학원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정년을 하셨다. 교수님은 집안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집에서 썩었다.'라 말씀하지 않으셨고 10년 내조에 대해 '버려진 아까운 시간'이라 말씀하신 일도 없다. 10년을 그리 보냈음에도 여느 학자보다 훌륭한 연구성과를 이루셨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저서도 남기셨다.

우리 주변을 보자.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닌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자리에 무리할 정도로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결혼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결혼의 의미가 변질된 것 아닌가, 내가 편치 않으면 자녀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존재인가 등 여러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정을 꾸리고 어렵지만 아이를 낳아 그를 보며 행복을 느끼면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경제적으로 얼마나 여유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가꾸는가?'가 더욱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가정을 꾸려 2세를 키우며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회를 기다려본다. 내 편하자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든다면 아이울음소리 끊어진 적막강산에서 노인들끼리 어울려 살아야 한다. 퇴직 이후 젊은이들이 있어야 그들이 번 돈으로 연금을 수령하며 살 수 있는데 연금부담에 동참할 젊은이도 없으면 난감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젊은아이들 일자리에 몰입해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제도, 즉 대학입시도 바뀌어야 한다. 공교육이 제역할을 못하니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문제가 산적되어 있다. 북한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하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있는 열차가 어디를 통과하는지 관심갖는 대신 어깨 늘어진 젊은 아이들 가슴에 얼굴을 묻어보는 것이 도리 아닐까?

(칼럼위원 최영한 웅지세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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