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에 전국적으로 18개 구단으로 이루어진 K3 리그 시민구단이 창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진료를 보면서 생각난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지속적인 무릎 통증을 가지고 병원을 내원했다. 자칭 축구 마니아라고 외모부터 가히 축구선수 뺨치는 준비된 모습으로(?) 병원을 내원하였는데 x-ray 촬영 후 큰 이상이 없었으나 이학적 검사상 무릎의 연골판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무릎의 연골판은 MRI 촬영으로만 진단되는 상태라 MRI 촬영을 권하였으나 MRI 촬영을 거부하고 약 처방도 거부하고 병원을 수차례 내원 후 결국 MRI 촬영을 한 이후 내측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차후 증상이 호전되어 축구를 다시 하면서 내원한 환자에게 왜 그리 오랫동안 MRI 촬영을 거부했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관절연골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수긍할 수 없었다는 것과 연골이 망가지면 인공관절 등의 수술을 통해 다시는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실망감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아니 관절연골이라니요? 관절의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본인만의 노하우로 반월상을 또박또박 띄어서 이야기를 해드렸건만 영락없어 관절연골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무릎의 연골판은 관절연골과는 엄연히 다른 구조물로 아마 무릎에만 있는 특화된 구조물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반달모양이라고 해서 반월상 연골판 혹은 반월판이라고 하고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이 충격흡수를 하는 구조물로 되어 있다. 보통 체중의 분산을 약 1/6 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연골판이라는 것이 나이가 들거나 아니면 축구, 농구같은 축 운동 혹은 피봇 운동이라는 것을 할 시 파열이 되면서 무릎 관절 안으로 끼어 들게 되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파열이 돼서 증상이 나타날 때는 MRI 영상으로만 진단이 가능하며 이는 관절 내시경을 통하여 절개 없이 간단하게 수술 후 바로 보행이 가능할 만큼 간단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오래 방치할 경우 관절의 충격흡수를 저해하여 소위 관절연골의 손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쉽사리 회복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터진 타이어로 운행을 하다 보면 자동차 휠이 망가지는 것처럼…. 사실 그 환자의 경우는 수술 후 다시 축구를 할 만큼 증상은 쉽게 좋아졌지만 실제로 관절내시경상의 관절연골은 그다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수술 후 환자에게 관절내시경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축구보다는 다른 운동을 권유했지만 파열된 연골판의 정리만으로 좋아진 증상 탓인지 그 설명은 환자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고 진료기록에만 존재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라고 이야기하고 어라고 읽는 것처럼 관절 연골판을 이야기 했더니 관절연골로 이해했고 실제로 관절연골을 이야기하니 치료된 관절 연골판만을 염두에 두는 현실, 더 손쉬운 이해를 돕는 설명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의학적 명칭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충격흡수판 이라든가 하는.

이게 아마 앞으로도 늘 고민해야하는 현실일지도….

【 글 ┃ 정형외과 전문의 황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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