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의 중심을 이루는 아니 우리몸의 골격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성분인 뼈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간혹 병원을 내원하여 골절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영락없이 "부러진 건가요? 아니면 금이 간건 가요"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환자의 눈빛에서는 그나마 절망 중 희망을 찾으려는 빛이 역력하지만 불행히도 필자는 이러한 환자들의 염원을 수용해주지 못하는 의사 중 하나이다.

당장 환자분의 귀에 좋고 맘이 편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골절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고 오히려 위안의 이야기가 환자분들의 마음에 등한시라는 요소를 가져와서 저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골절치료의 기본 원칙은 고정과 비체중부하이다. 즉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골절된 주변에서 골진이라고 하는 가교골이 형성되고 이는 시간이 지나 진성골이 되어서 결국은 골절치유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발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자발적인 치료가 어려운 부위라든지 자발적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골절 후유증이 생길 것이 우려될 때 수술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은 때가 있듯이 골절 수상 후 일정기간에만 골절치유의 가능성이 허락되는데 이 시기를 놓치고 나면 결국 자발적 치유는 불가능하고 수술 그것도 단순 뼈의 정복 및 고정이 아니라 골이식이라는 추가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고 이 방법으로도 일차적인 골절치유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절대로 환자들에게 값싼 위로의 말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골절과 금이 간 것과는 똑같은 상황이고 치료기간도 똑같다. 다만 금이 간 경우라고 하는 비전위성 골절의 경우 불유합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는 가능성만 떨어질 뿐인 것이다. 오히려 가벼이 보면 오히려 비전위성 골절에서 불유합률은 더 높을 수도 있다. 뼈는 유합이 될때까지 2-3개월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고로 장기간의 고정이 필요하므로 이 기간을 참지 못하고 일차적인 자연치유 과정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쑥과 마늘을 먹던 호랑이와 곰의 설화처럼….

뼈는 붙고 나면 원래의 강도와 같고 후유증이 없이 감쪽같이 치료될 수 있다. 물론 부위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우리 몸의 어느 조직도 갖지 못하는 완전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우리몸에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일을 살다보면 완전히 절망적인 때도 또 전적으로 희망적인 것만도 아니다. 골절의 절망에서 완치의 희망을 볼 수 있다면 골유합의 기간을 인내 혹은 득도의 기간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골절치료가 끝나는 날 새로운 인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까. 삶의 소중함도….

【 글 ┃ 정형외과 전문의 황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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