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신경의 문제는 그 압박 부위에 따라 증상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어느 날 70세 정도 되신 어르신이 병원을 찾아 왔다.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하여 잠을 이르기 힘들 정도라고 또 약 2년 동안 어깨에 통증 완화 주사를 맞고 지내왔다는 이야기로 주사를 원하여 내원하신 분이 있었다. 무심코 주사를 준비하다가 어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2년 동안 아프셨다는 환자의 어깨치고는 정말 움직임이 자유로운 것이었다. 밤에 잠을 못잘 정도이고 환자의 나이가 70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환자분에게 “환자분 어깨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로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 뭐인 것 같소” “글쎄 정밀 검사를 해보지 않아서 확실 지는 않지만 아마도 목 디스크가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검사해 보십시다” 이렇게 순순히 순응하시는 환자분도 보기는 힘들었지만 일사천리로 검사를 한 끝에 MRI 상 5-6 경추의 심한 목디스크가 발견되었고 수술적인 치료를 권하자마자 바로 다음 주 수술을 실시하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이었던 것이다.

아들이라고 하는 장정 2-3 명이 찾아와서 왜 상의도 없이 수술하였느냐, 어깨가 아프면 주사를 놓으면 될 일이지 나도 목 디스크가 있는데 대학병원 교수조차 꺼리는 목 디스크 수술을 왜 하였느냐는 등 다소 감정 섞인 목소리에 진땀을 빼며 설명을 하고 환자를 찾아가서 보니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그날 오후에.. 다소 머쓱해하는 보호자들을 뒤로 하고 병실을 나서면서 환자 및 일반인들의 이 고착화된 생각에 참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치료를 끝내고 최근 내원한 환자에게 왜 그리 쉽사리 수술을 결정하셨냐 는 이야기를 하자 환자분은 그 동안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다른 병원들에서 낫지 않는 치료를 하면서 자포자기 하였던 마음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선택하였다는 이야기에 책으로만 느끼던 내용과는 또 다른 경외감이 찾아왔다. 의학의 위대함 아니 인체의 신비에

신경의 압박 증상은 부위 별로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다양한 범주로 발현이 되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과 증상을 상의하면서 너는 여기가 아프니 그럼 디스크 나는 여기가 아프니 디스크가 아님 이런 이야기로 단순화 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MRI 상 증상이 미미할 것 같은 병변도 실제로 수술실에 들어가 확인하면 정말 심하게 나타나는 수도 있으니까..

또 하나 수술을 끝내고 환자분들에게 통증의 양상을 물어보면 의외로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분들도 있다. 분명 수술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몸에 칼을 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답을 들을 때면 환자들의 신경 압박 증상은 의외로 극심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신경을 건드린다(?)는 우리의 옛말처럼 이 압박증상을 집에서 판단하지 말고 병원에서 의논해보는 것이 어떨까. 분명 생각지 못한 상식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정형외과전문의 황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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