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외출이 잦아지는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응급실을 통하여 부모의 상기되고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실려오곤 한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통증을 정확히 호소하지 못하고 울음으로써 아픔의 정도를 표현하고 일부의 경우 그 표현이 지나침으로 인해 상황을 더욱 긴박하고 험악하게 만들곤 한다.

이미 보호자는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곤두서 있으며 당사자인 아이들의 울음으로 진료 상황은 매우 어수선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이학적 검사를 하려고 의심되는 부위를 만지다가 통증이 좀더 심해진다 싶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진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아픈 부위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해주지 않으니 여러 군데 검사를 하고도 정확한 병변부위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처럼 소아 관절질환은 진단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소아 관절질환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로 소아관절 질환의 약 60% 정도는 외상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상황자체를 차분히 관찰하기 어렵고 보호자분들이 흥분한 상태로 내원하게 되어 진단이 어려워진다.

둘째, 소아질환의 경우 성장판이라는 소아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구조물(?)이 존재한다. 성장판은 약 14-16세까지 존재하며 방사선 사진상 뼈 양쪽 가장자리에 띠 모양으로 관찰된다. 이 띠를 중심으로 뼈의 길이 성장이 이루어지게 되며 이 띠가 없어지면서 뼈는 비로소 하나의 모양으로 바뀌면서 길이 성장을 멈추게 된다. 이 성장판 주위로 관절질환이 나타날 경우 이상유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또 성장이상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밀하고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아질환의 경우 좌우측 방사선 사진을 동시에 촬영하여 비교해야만 진단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셋째, 단순한 타박상의 경우와 미세 골절이 구분되지 않아서 매우 흔하다. 밤에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을 전전하며 고생을 하다가 단순 타박상으로 진단 후 허탈해 하거나 또는 단순히 멍든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나중에 검사 후 골절로 진단되어 당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소아 관절질환은 진단하는 의사나 소아환자, 보호자 모두에게 있어서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인 듯 하지만 몇 가지 점을 염두에 두면 그리 어렵다고만은 할 수 없다.

첫째로 의사에게 있어서 소아정형외과학의 서문에서 명시했듯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동시 콘트롤이 최우선이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 있어서도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내원시 보호자의 흥분은 상황을 더욱 급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소아가 병원 및 흰가운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경우 진단 및 치료보다 오히려 환자와 보호자의 진정으로 애먹는 경우가 많다. 둘째로 병변부위의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는 의사보다는 환자 보호자들이 오히려 정확히 볼 수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내원하기 전 허둥대지 말고 아이에게 정확히 아픈부위와 병변부 종창이나 압통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통증이 심하다고 하면 소아용 해열제를 통하여 일단 진통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병변부위의 관절운동이 가능하다면 골절의 가능성은 적어진다. 또 소아의 경우 성인의 부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붓기가 심하므로 이를 참고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아의 관절 질환의 경우 대다수가 수술적인 치료보다 보존적인 치료를 선택하고 수술적인 치료도 성장판이 닫히고 난 이후로 지연하는 경우가 많으니 수술에 대한 공포로 병원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소아의 관절질환의 경우 보호자들의 안정이 치료의 급선무가 되므로 일단 부모님의 경우 본인들이 침착을 잃지 말고 아이를 안정시킨 후 전화를 걸어 병원에 자세한 내용을 알린 후 내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 글 ┃ 마디편한병원 황필성 대표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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