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왔는데 어느 박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기를 …….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분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도통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어느 병원 어느 박사님만을 기억하지 그 박사님이 무슨 병이라고 이야기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느낌과 더불어 내가 그런 고귀한 박사님을 만난 사람이라는 왠지 모를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이나 행동이 들어있는 환자분들이 많다. 마치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이러한 환자분들을 볼 때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우선 아무리 명의라고 하더라도 환자를 한 번 보고 알 수는 없다. 아무리 자료를 꼼꼼히 가지고 간다손 치더라도 더욱이 명의로 소문나신 분들은 우선 환자들로 겹겹이 인간 방패를 형성하고 있어서 자세히 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한번 보고 대번에 환자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간적인 제약에 얽매여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사고의 범주에 있는 질환을 끄집어내게 된다. 실제로 우리환자들이 명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희소성이 있는 드문 질환에 대한 많은 경험이지만 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결국 헛수고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환자분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설명하려면 그분을 만나고 온 자부심부터 일단은 깨뜨려야하니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분들을 내 환자로 만들든지 아니면 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아마 일반 의사선생님들이 겪는 대다수의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청소나 밥을 잘 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20대나 30대의 사람들은 타고난 레시피를 찾으려고 하겠지만 50대 이상 연륜의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왕도보다는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먼저 이야기 할 것이다. 이처럼 환자분들의 질병은 일단 자주 의사들에게 노출이 되어서 이런 저런 치료를 해보면서 효과가 있는지 지금 치료방침이 무언지를 의사선생님과 꼼꼼히 상의하는 것이 오히려 치료의 왕도가 될 수는 있어도 단번에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늘 나를 봐주시던 의사선생님을 저버리고 생면부지의 의사선생님의 화려한 프로필에 의지한다면 그 의사선생님도 또한 환자분의 상태나 개인적인 특이성보다는 단지 내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게 뻔하다. 최근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기 쉽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적인 관계조차 없으면 더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나를 잘 아는 의사선생님과 내 병과 내 상태를 충분히 상의하고 지금의 치료의 목적과 효과 그리고 추후 더 나은 치료를 원할 경우에도 의사선생님에게 좋은 의사를 추천받는 것이 길에서 시간과 돈을 버리는 우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명의란 그 환자를 얼마나 알고 이해할까를 고민하는데서 치료의 첫 단추를 시작한다. 때로는 힘이 들고 어려운 환자일지라도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 의사는 120 퍼센트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환자를 위하여.

그리고 그 능력을 소위 조물주가 가상히 여겨서 좋은 결과로 잉태된다면 비로소 명의가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환자분들이 발을 한편 빼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의사들은 항상 몸을 사리는 일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이 환자는 진정한 내 환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우리가 명의를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눈앞의 명의를 놓칠 수도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명의나 좋은 병원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우리의 그 누군가가 앓고 힘들고 괴로워하고 있는 그 병의 본질 자체가 아닐까?

【 글 ┃ 마디편한병원 황필성 대표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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