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을씨년스러워지면서 가을의 문턱은 어느 순간엔가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이 완연하다. 겨울이 되면 이곳 저곳 아픈 곳이 많아지면서 인생의 회의가 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요즈음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느끼는 비애가 아닌 가 싶다. 특히 파주는 노년층이 많은 도시인 관계로 특히 신세한탄을 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관계로 겨울이 되면 괜스레 마음이 우울해진다. 본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관계로 건강함을 늘 기원하지만 여기저기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업무 외에도 들어야 한다는 남모를 비애를 가지고 있다.

우울증이라고까지 정확히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우울함이 병의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치유에 방해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노년층에서 겪게 되는 관절질환이나 척추질환의 경우 만성 질환인 경우가 많은 관계로 치료에 환자분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본인이 신경정신과를 전공하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기전 및 전문지식을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치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치료기전에 환자의 심리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같은 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의 심리상태가 우울한 경우 치료의 시기가 더뎌지거나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만성 질환의 경우 외국에서는 환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다면 인성검사를 포함하기도 한다.

얼마 전 어느 환자가 발목 및 무릎의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분은 검사를 하기도 전 이미 관절염 말기의 증상임을 직감하였는지 인공관절 수술에 대하여 문의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좌측 무릎 관절의 심한 퇴행성관절염과 우측 발목의 심한 퇴행성관절염이 확인되었고 인공관절 수술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내려고 하자 환자분은 대뜸 한꺼번에 수술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아니 일반적인 다른 분들 같으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실만도 한데 아니면 한 번에 하나씩 하려고 할 텐데 너무나도 의연히 한꺼번에 하겠다고 해서 오히려 본인이 당황한 적이 있다. 며칠의 고민 끝에 양쪽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얼마간의 재활을 거쳐서 보행을 하면서 통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나중에 환자분에게 너무 예상 못했던 반응에 조심스레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었다. 환자분은 ' 아니 고칠 수 있는 병이고 의사선생님이 고쳐주겠다고 하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그리고 본인은 할 일이 너무 많은 관계로 빨리 치료를 해서 수영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하는 바쁜 사람이라고, 이미 칠순을 넘기신 어르신의 말치고는 너무 당당한 그 말씀에 오히려 수술을 고민한 본인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수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환자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일까. 이처럼 당당했던 환자분은 그 후 너무 빠른 회복상태에 지금은 수술한 표가 안 날 정도로 자연스러운 활동을 하고 계신다.

인간이 살면서 한 평생 고통 없이 살다가 가는 것이 큰 복 중의 하나라는 옛말이 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운명에 얼마나 당당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부딪혀 극복하느냐가 우리의 과제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가 치료의 결과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것이 치료의 선결 조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즐겁게 살아봅시다. 병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니까요.

【 글 ┃ 마디편한병원 황필성 대표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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